천문학,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4)
미래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아는 지금의 태양계는 태양이 주계열성 단계를 떠나 헤르츠스프룽-러셀 도표상의 적색 거성 단계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태양계는 태양이 죽음을 맞기 전까지는 천천히 진화를 계속할 것이다.
장기적 안정성
태양계는 장기적으로 볼 때 행성의 궤도가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혼돈 상태"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왕성과 명왕성을 들 수 있다. 이 둘은 3:2의 궤도 공명 비율을 보이면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이 공명 비율이 앞으로 계속 안정적으로 지속이 되더라도, 현 수단으로 두 행성의 궤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한계는 지금부터 1천만 년~2천만 년 후까지이다(이를 랴푸노프 시간이라고 부른다.). 다른 예로 지구의 적도경사각을 들 수 있다. 달과 지구 맨틀 물질의 조석 상호 작용에 의해 적도경사각은 지금으로부터 15억~45억 년 내로 불규칙하게 바뀔 것이다.
태양계의 모든 천체는 제각기 다양한 랴푸노프 시간을 지닌다(2백만 년~2억 3천만 년).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돈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는 어떤 행성의 궤도가 종국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리 정확한 예측 기구를 이용해도 추측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겨울과 여름이 오는 시기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부 천체는 궤도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혼돈은 이심률의 변화를 통해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일부 행성의 궤도는 더욱 크게 찌그러지거나, 또는 원형에 가깝게 변할 수도 있다.
태양계는 궁극적으로는 다가오는 수십억 년 동안 어떤 행성도 태양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없고,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안전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50억 년 내로 화성의 이심률이 0.2까지 커져서 지구와 공전 궤도가 엇갈리게 되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시기 안에 수성 이심률이 지금보다 커져서 금성 궤도 근처까지 접근하고, 금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은 수성이 태양계에서 완전히 이탈하거나, 금성 또는 지구와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중 수성과 금성이 충돌할 경우, 금성에 수성의 질량을 더한 새로운 행성이 태어날 것이다. 수성 궤도가 망가지면서 내행성들의 궤도는 혼돈 상태에 빠지며, 화성이나 금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위성 및 고리
행성-위성의 계(系)는 조석력에 의해 진화한다. 한 위성은 모행성에 조석 팽대부를 형성한다. 만약 위성이 모행성의 자전 방향과 똑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면서 행성의 자전 속도가 위성의 공전 속도보다 빠를 경우, 행성의 표면은 위성이 있는 방향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 상황에서 행성의 각운동량은 위성으로 옮겨지게 된다. 위성은 에너지를 얻게 되고 점진적으로 행성으로부터 멀어지며, 동시에 행성의 자전 속도는 느려진다.
앞에서 서술한 이론의 대표적인 예가 지구와 달이다. 오늘날 달은 지구에 대해 조석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과 달이 스스로 한 바퀴 자전하는 시간은 같으며, 이 때문에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달은 지구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으며, 앞으로 500억 년 뒤 달과 지구는 서로 완전히 한쪽만을 다른 쪽에게 보이게 될 것이다. 오늘날 지구에서 달의 한쪽만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때가 되면 달에서도 지구의 한쪽 면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석 고정의 다른 예로는 목성 주위를 도는 갈릴레이 위성과(목성 주위를 도는 더 작은 많은 위성도 해당한다.) 토성의 거대 위성 대부분이 있다.
위와는 반대로, 위성이 모행성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행성 주위를 공전하거나, 혹은 행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할 때는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두 경우 모두 각운동량의 전달 방향은 앞의 경우와는 반대되어, 모행성의 자전 속도는 빨라지는 대신 위성은 행성 쪽으로 끌려가게 된다. 후자는 자전과 공전의 각운동량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서로 각운동량을 감소시키게 되며, 양자가 맞물려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두 경우 모두 조석 가속으로, 위성은 행성에 접근하여 결국 조석력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며, 행성 주위에 테를 형성하거나, 또는 행성 표면이나 대기에 충돌한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약 3천만~5천만 년 내),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36억 년 내), 목성의 위성 메티스와 아드라스테아를 비롯한 천왕성과 해왕성의 작은 위성 16개가 이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왕성의 위성 데스데모나는 이웃한 위성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행성과 위성이 서로 조석적으로 고정된 상황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조석 팽대부는 위성 내부에 있기 때문에 각운동량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으며 공전 주기는 변하지 않는다. 명왕성과 카론이 이와 같은 상황의 대표적 예이다.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이 토성의 고리(테)를 조사하기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고리의 나이가 태양계의 생성 역사보다 훨씬 짧은 것으로 보았으며, 앞으로 1억 년 정도밖에 유지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토성 위성들의 중력으로 고리의 바깥 테두리가 행성 쪽으로 이동하며, 결국에는 토성의 인력과, 그들끼리 충돌하거나 서로 깎아냄으로써 고리가 사라지고, 목성처럼 밋밋한 가스 구체만 남을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카시니 호가 보내온 자료는 이 가설을 전면 수정하게 하였다. 관측 결과 10킬로미터 크기의 얼음 덩어리가 반복적으로 깨졌다가 뭉쳐지는 작용을 반복하면서, 고리의 얼음 물질을 신선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토성의 고리는 다른 가스 행성의 고리에 비해 훨씬 더 질량이 크며, 이처럼 큰 규모의 고리 구조는 토성이 처음 생겨났던 45억 년 전부터 존속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수십억 년 후까지 모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근처의 거대 소행성이 평균 5000만년에 한번 꼴로 토성의 조석력으로 인해 부서지며 이로 인해 새로운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