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dark matter)은 우주에 널리 분포하는 물질로서, 전자기파 즉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면서 질량을 가지는 물질이다. 암흑물질이 분포하는 곳에서는, 그 중력에 의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효과 때문에 주변의 항성이나 은하의 운동이 교란되기도 하고, 빛의 경로가 굽어지기도 한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은하 등의 총 질량을 계산할 때, 광학적 관측을 통해 얻어진 값이, 중력 효과를 통해 계산한 값보다 현저히 작다는 사실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현재 정설로 인정되며, 빅뱅 이론 및 ΛCDM 모형의 핵심 요소다. 아직 암흑물질이 어떤 입자로 만들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암흑물질 문제(dark matter problem)라 한다. 현재, 학계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초짝입자나 액시온 따위)일 것이라는 이론이 주류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총 에너지의 대략 23%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가시광선으로 관측할 수 있는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현재의 이론이다. 물질만을 고려하면,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84.5%를 차지하며, 가시광선으로 관측할 수 있는 물질보다 훨씬 더 많다고 추측한다.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지구 위에 있는 인간의 존재와는 무관한 듯 보인다. 그러나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않느냐는 현대 우주론의 최종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 우리는 먼 천제들로부터 멀어지는 은하에서 오는 빛의 적색편이를 통해 우주가 현재 팽창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가 빛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일반 물질의 양은 이러한 팽창을 멈출 만한 충분한 중력이 없으며, 그래서 그러한 팽창은 암흑 물질이 없다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우주에 암흑 물질이 충분히 있다면 우주는 팽창을 멈추거나 역행(최후에 대붕괴로 이끄는)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우주의 팽창이나 수축 여부는 암흑 물질과는 다른 암흑에너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또한 암흑 물질은 우주의 생성 과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관측적으로 얻어낸 우주의 은하 분포는 어떤 종류의 암흑 물질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결론이다. 즉, 일반 물질이 중력 붕괴하면서 은하를 만드는 과정에서, 암흑 물질과 같이 빛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물질이 이미 중력으로 거대 구조를 만들고 있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은하의 분포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은하속의 한 항성인 태양계의 형성에도 암흑 물질의 분포가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의 증거
은하 속도 분포
암흑 물질의 존재에 대한 최초의 증거는 은하 내부 항성 및 성단의 운동에서 왔다. 은하계 내부의 운동은 상당히 균일한 양상을 보이는데, 비리얼 정리에 의하면 운동에너지는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의 절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험적으로 측정된 운동에너지는 그보다 훨씬 많다. 이로부터 광학적으로 관측되지 않는 물질이 은하 내부에 존재하여 훨씬 높은 운동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은하계에서 항성의 속도 분포를 보면 더 확연해 진다. 암흑 물질이 없는 상황에서 속도 분포는 중심으로 부터의 거리에 반비례 하여 작아져야 하는데, 실제 관측되는 속도 분포는 거리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다.
우주의 암흑 물질의 분포는 중력 이론과 전산 모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은하의 중심에는 많은 암흑 물질이 분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양과 같은 항성의 중심이나 구상성단의 중심에 암흑 물질이 분포한다는 이론도 존재한다. 실험적으로는 이러한 곳에 존재하는 암흑 물질이 서로 쌍소멸하면서 발생하는 전자기파를 관측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주 전체의 암흑 물질의 양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정밀 측정하여, 그 공간 분포를 이해하게 되면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알려진 우주 전체의 암흑 물질의 양은 일반 물질의 약 7배에 해당하며, 이것은 우주의 팽창을 멈추게 하기 위해 필요한 양의 1/4의 해당한다.
암흑 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광학적으로 관측할 수 없다. 하지만 우주에는 광학적으로 관측할 수 없는 존재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태양 규모 정도 혹은 그 보다 작은 항성은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갈색왜성이 되는데, 갈색왜성은 빛을 발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하여 발견할 수 없다. 태양보다 훨씬 큰 항성의 경우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는데, 이들 역시 광학적으로 발견할 수는 없다. (블랙홀의 경우 직접적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매우 강한 중력으로 인하여 주변의 물질이 빨려 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X-선을 관측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또한 은하와 은하 사이에 분포하는 성간 물질도 빛을 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를 통해 성간 물질을 확인하기도 한다.) 우주를 통해 매우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성미자와 같은 입자 역시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이다. 관측적으로 암흑 물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 블랙홀과 같이 매우 무거운 존재들에 의한 영향은 배제할 수 있다. 이들 존재는 광학적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반 상대론에 의한 빛의 굴절 현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존재의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로 암흑 물질로 구성된 은하 또한 관측되었다. 이 은하는 지구로부터 5,000만 광년 떨어져 있고, 육안이나 일반망원경은 물론, 적외선이나 자외선 탐지기로도 관측되지 않는다. 영국·이탈리아·프랑스·호주 등 4개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우주에 떠도는 수소를 연구하던 중, 처녀자리에서 태양의 1억 배 질량을 가진 이 '수소 원자 덩어리'(암흑 물질)을 발견했다. 이 암흑 물질은 방사선을 내뿜고 있어 영국 체셔주와 푸에르토리코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통해 그 존재가 드러날 수 있었다. 연구진의 한 과학자는 "만약 보통의 은하였다면 매우 밝아서 아마추어 망원경으로도 관측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우주이론상 암흑 물질은 일반 물질보다 5배 이상 많기에, 이번 발견은 우주 연구에 상당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중력 렌즈 효과
암흑 물질의 존재의 또다른 증거는 중력 렌즈 효과에서 온다. 이 효과에서는 퀘이사와 같은 매우 먼 광원에서 온 빛이 은하단 따위를 거치면서 굴절되어 지구에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은하단의 상이 은하단에 포함된 질량에 비례하여 왜곡되게 된다. 이를 통해 유추한 은하단의 질량은 직접적으로 관측되는 질량보다 더 크므로, 은하단에 포함된 암흑 물질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현재 암흑 물질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총알 성단의 질량 분포다. 이 성단에서 중력 렌즈 효과로 유추한 질량 분포는 찬드라 우주 망원경이 엑스선으로 관측한 질량 분포와 일치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암흑 물질이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알 수 있다.
ΛCDM 모형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이론적 예측(실선)과 관측값(붉은색 점)들은 매우 잘 일치한다. 이러한 모형에는 암흑 물질들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며, 이는 암흑 물질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이다.
ΛCDM 모형은 초기 우주의 팽창을 우주 상수와 차가운 암흑 물질로 설명하는 모형이다. 이 모형을 통하여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및 다른 여러 효과들을 계산할 수 있는데, 이들은 관측된 값들과 매우 잘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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