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문학

천문학,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2)

행성의 생성


태양이 생겨나고 남은 가스 구름 및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 모양의 ‘태양 성운’에서 여러 행성이 생성되었다고 여겨진다. 현재 인정받는 행성 생성 이론은 강착(降着) 이론이다. 강착 이론에 의하면, 행성들은 중심부의 원시별 주위를 도는 먼지 알갱이들이 뭉치면서 생겨났다. 이 알갱이들은 직접 서로 충돌하면서 지름이 1~10킬로미터에 이르는 천체, 곧 미행성으로 자라났다. 이 미행성은 작은 천체를 빨아들이면서 수백만 년에 걸쳐 매년 15센티미터 정도씩 지름이 커졌다.


태양과 가까운 지역(4천문단위 이내)은 온도가 높아서 물이나 메테인과 같은 휘발성 분자들이 압축될 수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생겨난 미행성들은 금속류(철, 니켈, 알루미늄) 및 규산염 암석 등과 같이 녹는점이 높은 물질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런 암석 천체는 종국적으로 수성을 비롯한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지구형 행성이 되었다. 지구형 행성을 이루는 물질은 우주에서 매우 희귀한 존재이기 때문에(성운 질량의 0.6퍼센트에 불과하다.), 지구형 행성은 크게 자라날 수가 없었다. 아기 암석 행성은 현 지구 질량의 약 10퍼센트 수준까지 자랐고, 태양 생성 후 약 10만 년 동안 물질을 끌어모으는 것을 멈췄다. 이후 이들은 충돌하고 뭉쳐지는 과정을 다시 시작했고, 지금의 크기로 자라나게 된다. 이들보다 바깥쪽에 있던 미행성 물질은 목성의 중력 효과 때문에 서로 뭉칠 수 없었고 소행성대로 잔존하게 되었다.


목성형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동결선(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이며, 동결선 바깥쪽부터는 태양 광선이 약하기 때문에 얼음 화합물이 고체로 존재할 수 있다.) 바깥쪽에서 생겨났다. 목성형 행성을 만든 얼음 물질은 거기에서 규산염 암석이나 금속보다 훨씬 더 흔한 존재였기 때문에 목성형 행성은 크게 자라났고, 질량이 커지면서 주변의 수소와 헬륨(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다. 동결선 바깥쪽에 있던 미행성들은 3백만 년 동안 대략 지구 질량의 네 배 수준으로 자라났다.[21] 현재 네 개의 가스 행성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물질 총량의 99퍼센트에 약간 못 미치는 질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론가들은 목성이 동결선 바로 바깥쪽에 자리 잡은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동결선에는 태양 쪽으로 끌려가는 얼음 물질로부터 증발한 많은 양의 물이 축적되었고, 압력이 낮아져 태양 주위를 도는 먼지의 속도가 증가하였으며, 따라서 이들은 태양으로 끌려가지 않게 되었다. 동결선은 태양에서 5천문단위 거리에 있는 물질이 빠르게 뭉칠 수 있는 보호벽의 역할을 했다. 이렇게 잔류한 물질은 대략 지구 질량 10배 수준의 씨앗 행성으로 자라났으며, 이후 궤도 주변에 있던 수소를 빠르게 삼키면서 대략 1천 년 만에 지구 질량 150배까지 자라났다. 이후 이 행성은 지구 질량의 318배까지 커지게 된다. 토성은 목성이 생겨난 지 수백만 년 후 형성되었고, 이 시기에는 남은 가스 물질이 적었기 때문에 목성보다 작은 질량을 지니게 되었다.


젊은 태양과 같은 황소자리 T형 항성은 평범한 주계열성보다 더 강렬한 항성풍을 발산한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목성과 토성이 생긴 뒤, 강력한 태양풍이 원반에 있던 물질 대부분을 쓸어 버렸을 때 형성되었다고 여겨진다. 남은 물질이 적었기 때문에 이들 둘은 적은 양의 수소와 헬륨(각각 지구 질량의 1배가 안 될 정도)만을 모을 수 있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종종 ‘중심핵 성장에 실패한 존재’로 언급된다. 이 둘의 생성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이들이 생성되는 데 필요했던 시간이다. 현재 위치에서 천왕성과 해왕성이 지금 크기로 커지려면 1억 년 정도는 걸렸을 것이다. 따라서 천왕성과 해왕성은 지금보다 태양에서 더 가까운 곳—어쩌면 목성과 토성 사이—에서 생겨났을 것이며, 그 뒤 바깥쪽으로 궤도를 옮겼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미행성이 모두 태양 쪽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스타더스트 탐사선이 코멧 와일드 2에서 채취한 성분을 분석한 결과, 초기 태양계가 생겨날 때의 물질은 따뜻한 태양계 안쪽 지대에서 카이퍼 대로 이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의 진화 과정


행성 탄생에 대한 기존의 견해는 태양계가 현재 위치의 근처 궤도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쳐 이 이론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게 된다. 수정된 이론에 따르면, 현재 태양계의 모습과 처음 태양계가 탄생했을 때의 모습은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내행성 궤도에는 적어도 수성 정도 질량이 되는 원시 행성이 다섯 개는 존재했으며, 외행성계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구도를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카이퍼 대는 지금보다 훨씬 먼 곳에 존재했었다.


충돌 이론은 현재 태양계의 형성 및 진화 이론에서 폭넓게 인정되는 학설이다. 달을 만들었던 충돌 외에도 명왕성-카론계는 카이퍼 대 천체끼리 부딪혀서 생겨난 결과라고 한다. 소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이나 다른 카이퍼 대 천체도 충돌을 겪고 나서 생겨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슈메이커-레비 제9혜성과 목성이 충돌한 경우나, 애리조나주에 있는 운석 구덩이 등을 통해 이런 충돌이 실제 있었음이 입증되었다.




지구형 행성들


행성 생성 시기의 마지막 즈음에, 지금의 내행성 궤도에는 달에서 화성 질량 정도 되는 50개에서 100개에 이르는 원시 행성이 가득했다. 당시 수준에서 더 크게 성장하려면 이들끼리 충돌하고 합쳐지는 것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었으며, 이 충돌 과정은 약 1억 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들 원시 행성은 서로 중력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며, 각자의 공전 궤도를 끌어당기면서 서로 충돌하였으며, 우리가 지금 아는 네 개의 지구형 행성의 크기가 될 때까지 커졌다. 한 번의 거대한 충돌로 달이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반면 수성을 강타한 충돌은 수성의 외포층을 날려 보냈다.


이러한 이론에서 풀리지 않은 점이라면, 이 모형은 원시 지구형 행성의 초기 궤도가 어땠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 자주 충돌하려면 궤도의 이심률이 매우 높아야 하는데, 어떻게 지금의 안정적이고도 원에 가까운 궤도로 정착되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이심률이 낮아진 원인을 설명하는 한 이론으로, 지구형 행성은 태양에서 탈출하지 못한 가스 원반에서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이 잔여 가스 내에서 동역학적 마찰이 발생하여 행성의 에너지를 감소시켰고, 공전 궤도를 원에 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만약 이런 가스가 존재했다면 처음 생성 시기부터 암석 행성들의 궤도가 찌그러지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또 다른 이론으로, 동역학적 마찰은 행성과 잔여 가스 사이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행성과 남아 있던 작은 천체 사이에 일어났다는 것이 있다. 행성들이 작은 천체가 많이 몰려 있는 곳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과정을 통해, 작은 천체들은 행성 측으로 끌려가면서 밀도가 높은 지대를 형성했고, 이들의 중력으로 큰 천체의 궤도를 보다 안정적인 형태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소행성대


태양에서 2~4천문단위 사이의, 지구형 행성 지대 외곽에 존재하는 부분을 소행성대라고 부른다. 소행성대에는 원래 지구 2~3개는 만들 정도의 물질이 있었으며, 많은 수의 원시 행성이 이곳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지구형 행성과 같이 이 지역에 있던 미행성들은 달에서 화성 정도 질량에 이르는 원시 행성 20~30개 정도로 자라났다. 그러나 태양 탄생 3백만 년 후 목성과 가까운 곳의 소행성대에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소행성대에서는 목성 및 토성과의 궤도 공명이 특히 강했고, 보다 질량이 큰 원시 행성들과의 중력적 상호 작용으로 많은 미행성은 공명 현상을 보이면서 흩어졌다. 목성의 중력은 이러한 공명 상태에 있는 천체들의 공전 속도를 증가시켜 흩어지게 하여, 서로 뭉치기보다는 충돌하게 하였다.


목성이 탄생하고 태양에 더욱 가까운 곳으로 궤도를 옮기면서, 궤도 공명 때문에 소행성대의 천체들은 흩어졌을 것이며, 동역학적으로 소행성대의 천체들의 궤도는 불규칙해졌고, 서로에 대한 공전 속도는 올라갔을 것이다. 원시 행성들의 궤도 공명으로, 소행성대에 존재했던 미행성들은 흩어졌거나 혹은 궤도 경사각과 궤도 이심률이 불규칙해졌다. 이 원시 행성 중 일부는 목성의 중력에 이끌려 원래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되었고, 나머지는 내행성 지대로 궤도를 옮겼으며, 이로써 지구형 행성의 마지막 강착 단계가 이루어진다. 이 ‘첫 번째 고갈의 시기’ 동안, 가스 행성 및 원시 행성은 소행성대에 있던 물질(대부분 작은 미행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현재 지구 질량의 1퍼센트 수준만 남기고 다 흩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이때 소행성대에는 지금보다 10~20배는 많은 물질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소행성대 물질의 총 질량은 지구의 2천 분의 1 수준이다. ‘두 번째 고갈의 시기’는 목성과 토성이 일시적인 2 대 1 궤도 공명(아래 참고)을 보이면서 찾아왔다고 추측되며, 이때 소행성대에 있던 물질은 현재 남아 있는 수준을 제외하고 다시 한 번 흩어져 나갔다.


내행성에 거대 충돌이 일어나던 시기, 내행성으로 흩어져 날아 들어온 소행성 물질로부터 지구에 물(~6×1021킬로그램)이 공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은 휘발성이 강해서 지구가 생겨난 장소에서는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었다. 따라서 물은 더 차가운 바깥쪽 궤도에서 온 천체를 통해 공급되었을 것이다. 물은 아마도 목성 때문에 흩어진 소행성대에 있던 작은 미행성 또는 원시 행성이 지구로 운반하였을 것이다. 2006년 발견된 주띠 혜성 집단은 지구에 물을 공급했던 유력한 원천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카이퍼 대 혹은 더 먼 곳에서 온 혜성들이 지구에 가져온 물의 양은 현재 지구 상 물의 양의 6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폭넓게 인정되지는 못하고 있으나, 배종발달설에 따르면, 생명체도 이런 식으로 물과 함께 지구에 도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항성풍은 원시 행성계 원반 내에 있던 모든 가스와 먼지를 성간 공간으로 불어 날렸고, 행성들의 성장은 끝을 맺게 되었다.